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너와 마을 청국장 이야기 [주민활동가 김순희]
본문
어느 곳 따로 없이, 색색의 단풍이 물들어 아름다운 가을날,
쪽빛 하늘 아래 너와 마을은 언제나 그렇듯, 소담하다.
이른 아침부터, 저 멀리 너와 시골집 굴뚝에서 허연 연기가 오르고 있다.
마치 흰 도포 자락이 휘감듯 하늘로 오르는 모습을 보니,
150년이란 세월이 무색하게 풍경은 꽤 서정적이다.
이미 활짝 열린 앞문으로 가, “언니! 안녕하세요!” 함박 웃음 지으며 큰 소리로 인사했다,
“콩도 안 쳤는데” 큰 부엌 아궁이 앞에 앉아 군불을 때시던 이경자 씨가 말하셨다.
“우선, 불 때시는 모습 한 컷 찍을게요” 그러자 이경자씨는 부지깽이로 아궁이 속 장작불을 돋궈준다. 몇 장 찍고 나니,
“아~고 땀 난다. 여기 따뜻한데 앉아” 하시며, 앉은뱅이 의자를 내어주신다.
이경자 씨는 1950년 범띠생이시다. 너와마을도 얼마 안 남은, 너와 마을 청국장을 빚으시는 분이시다.
“청국장은 언제부터 만드셨어요?”
“내가 혼자 만들기는 20년이 넘었지”
“그럼 그전에는 전혀 안 해 보셨나요?”
“새댁 때는 시어른들 일 거들어 가며 배웠지”
너와마을 청국장은 콩을 씻어 바로 가마솥에 삶는데, 푹 무르고 뜸이 든 다음 구들방 바닥에 깨끗한 짚을 깔고,
그 위에 면 보를 덮는다. 충분히 뜸 이 든 메주콩을 가마솥에서 퍼내, 면 보 위에 골고루 펴 넌다.
그 위에 다시 면 보를 덮은 다음, 얇은 이불로 갈무리한다. 그러고 나서, 이틀 동안 아침마다 군불을 때 주면서 발효시킨다.
그 중간에는 이불을 열어보지 않는다.
나흘째 비로소 찐득해진 콩을, 고춧가루, 찧은 마늘, 천일염과 고루 섞어 방앗간에서 한 번 내려온다.
이렇게 사나흘 동안에 걸쳐, 아침마다 시골집 굴뚝에 연기가 피어오르게 한다.
이런 ‘너와마을 청국장’은, 전국으로 배달되며 거부감이 덜하고, 향과 맛이 좋아 아파트에서도 요리할 수 있다고 한다.
신선한 청정재료와 노력과 정성이 명실공히 너와마을의 대표 농특산물을 빚어낸 것이다,
“그럼, 언제, 어디서, 시집을 오셨나요?”
“저~기 백산역 앞이 친정이야, 19살에 박씨댁으로 시집와서, 20살에 첫 딸을 낳았지”
여기서 수줍게 웃으시는 모습이 지금도 새댁만 같다. 그리고 슬하에 5남매를 두셨단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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